데이비드 자링(David Zaring) 하버드대 로스쿨,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교수, 뉴욕대 교수
데이비드 자링(David Zaring)
하버드대 로스쿨,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교수, 뉴욕대 교수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미국의 규제 당국 인사들은 서로 가까이 어울려 지내는 일이 드물다. 적어도 서로의 친분이 인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데이비드 자링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배경보다 성과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미국 관료 조직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았다.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에 있는 8개의 명문 사립대학) 출신이 누리는 특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능함의 문화’에 친분으로 득을 보는 건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링 교수는 행정법과 금융규제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와튼스쿨에서는 국제 경제·비즈니스 규제 관련 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와튼스쿨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자링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일반 기업 조직과 구별되는 관료 조직의 특징은 무엇인가.
“관료 조직은 전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탁월하다. 반대로 새롭고 혁신적인 업무에는 약점을 드러낸다. 전략적인 사고나 지식재산 관리, 기술과 관련된 문제 해결 등에 약하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관료 조직이나 사기업이나 극복해야 할 문제점은 비슷하다. 사기업에도 ‘관료주의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업무 능력과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직원을 신속히 솎아내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의욕이 낮은 직원이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도 그렇다. 관료 조직에서 그 문제가 좀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학연과 지연 등 인맥에 따른 인사 폐해도 지적된다.
“학연·지연 등 개인 인맥이나 친분에 따른 인사의 폐해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 미국의 관료 조직도 철밥통인 건 마찬가지다. 업무 성과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직원도 내보내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불공정한 인사로 인한 폐해가 훨씬 덜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조직 규모에 있다. 정부 산하에 중요한 일자리가 너무 많으므로 그걸 모두 하버드대 졸업생이나 뉴욕 출신에게 준다는 건 불가능하다. 인사 평가가 성과 중심으로 비교적 엄정하게 이뤄지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미국도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부인할 수 없지 않나.
“하버드대(로스쿨)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도 혜택을 본 부분이 많다.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것이 ‘최고 인재’라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최고의 인재를 뽑고자 하는 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차이가 없다. ‘최고의 인재’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다. 배경보다 성과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건 미국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다.”

문화적 차이도 있지 않을까.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미국의 규제 당국 인사들은 서로 가까이 어울려 지내는 일이 드물다. 적어도 서로의 친분이 인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정부 조직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많이 아는데, 그들을 특징 짓는 ‘유능함의 문화’에 친분 관계로 득을 보는 건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그들 중 상당수가 정부 조직을 떠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가 다시 정부 조직으로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런 미국적인 관행이 관료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민간기업과 교육·연구기관을 비롯한 외부 세계와의 지속적인 교류는 한국 관료 조직의 경쟁력 제고와 투명한 운영에 도움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개선의 여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국제 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군사·외교 역량을 생각하면, 한국 관료 조직의 문제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선발 시험을 보는 건 관료 조직의 수준을 높게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원 절차는 될 수 있으면 간단한 것이 좋다. 지원자가 늘어나면 우수한 인재를 뽑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임기가 있는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 임기 중 성과를 보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건 미국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 중에 기후 변화를 부인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
“정치학자들은 정당정치 활성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지도자들의 경우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성향이 두드러지지만, 정당 정책은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미국 은행들은 은행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성과급의 일부로 5~10년 만기 회사채를 지급하는 실험을 해왔다.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뒤 경영이 어려워지면 회사채 가치가 폭락할 수밖에 없으므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하도록 이끄는 좋은 자극제가 됐다.”

미국 공공 분야에서 혁신적 운영의 모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아이비리그 엘리트 출신들이 모이는 매우 배타적인 조직이었다. 하지만 설립 81년째를 맞은 지금의 CIA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정도로 인적 구성이 다채로워졌다. 현 국장인 지나 하스펠은 켄터키주의 공립대인 루이빌대를 졸업했다. 훌륭한 학교지만 재정이 넉넉한 학교는 아니다. 그는 조직 내부에서 CIA를 이끌어갈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을 국무부 장관으로 이동시키면서 지나 하스펠 당시 CIA 부국장을 CIA 국장에 임명했다.

CIA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장인 하스펠은 1985년에 CIA에 들어가 대테러, 방첩, 비밀공작 업무 등을 주로 수행했다. 2013년에 CIA의 스파이 활동을 지휘하는 국가비밀공작국 부국장이 되면서 대외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하스펠을 CIA 부국장으로 내정하면서 “30년 넘게 CIA에서 근무했고,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며 “국가 정보위원회가 추구하는 미래를 구현할 적임자”라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