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서울 종로의 한 유명 탈모 치료 전문병원에 남성들이 들어가고 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이곳이 탈모 치료 성지(聖地)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전준범 기자
5월 29일 서울 종로의 한 유명 탈모 치료 전문병원에 남성들이 들어가고 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이곳이 탈모 치료 성지(聖地)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전준범 기자

“야, 됐다. 대화는 관두자. 그냥 와서 구경이나 해.”

5월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커피숍. 처음부터 르포를 염두에 두고 만난 건 아니었다. 그저 탈모가 일찍 시작된 친구를 만나 그 스트레스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화 내내 건넨 “머리카락 심는 게 편하지 않겠어?” 유의 눈치 없는 질문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켜켜이 쌓인 친구의 짜증은 “요즘 가발 진짜처럼 잘 나온다던데”에서 폭발했다. 남은 커피를 단숨에 마신 그가 카페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원래 (탈모약) 처방전 받으러 다음 주에 가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오늘 가야겠다. 따라와.”

신경재(가명). 올해 나이 35세. 재즈의 본고장 미국 뉴욕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고 돌아온 ‘엄친아’ 재즈 드러머. 한국 재즈계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그에게는 남모를 슬픔이 있었으니, 바로 10여 년 전부터 진행된 탈모다. 연주 실력만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씨는 탈모를 감지하자마자 병원 문을 두드렸다. “샤워 후 욕조에 우수수 떨어진 머리카락을 처음 봤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사고로 평생 드럼을 칠 수 없게 된다면, 그 고통과 맞먹지 않을까.” 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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