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제보건 석사, 런던대 보건대학원 공중보건정책 박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성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제보건 석사, 런던대 보건대학원 공중보건정책 박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전자담배의 위해(危害)가 일반 담배에 비해 적을 수는 있지만, 청소년의 흡연을 유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강하게 규제해야 합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7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일반 담배에 비해 적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인정되고 있다”라고 하면서도 “이는 기존 흡연자 건강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청소년 등 비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란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상을 전자기기로 끓여 그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다. 한국 정부는 현재 전자담배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있는데 과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반 담배와 같은 경고 그림도 전자담배에 도입했다.

이 센터장은 영국 런던대에서 공중보건정책학 박사학위를 받고 담배 분야에서 권위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한 후 2018년 1월부터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공중보건 전문가다.

그는 인터뷰 중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고전 ‘국부론’을 얘기했다. 1776년에 발행된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손’ ‘작은 정부’ 등을 통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센터장은 “시장 기능을 중시한 애덤 스미스조차 술과 담배와 설탕 등 3가지 재화에 대해서는 국가가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담배는 규제가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담배 규제 정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국내 담배 규제 정책은 가격 정책(담배 가격 인상), 비가격 정책(경고 그림 도입, 금연구역 확대, 포장 및 광고 제한 등), 공급 감소 조치(미성년 담배 판매 금지, 불법 거래 모니터링 등)로 나뉜다. 국가금연지원센터는 2015년 1월 정부의 담뱃값 80% 인상 후 설립됐다. 전국 보건소에서 운영 중인 금연 지원 사업(상담 및 니코틴 패치나 금연 보조제 약물 지급)인 금연클리닉 운영을 지원하고 있고,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지역금연지원센터를 통해 집중금연 지원 프로그램인 금연캠프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금연두드림사이트’를 운영해 흡연 예방 및 금연 지원 서비스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기본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에 따른 것이다.”

해외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일반 담배를 액상형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스위칭(Switching)’을 권장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도 그런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는 ‘담배의 종말(Tobacco Endgame)’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담배의 종말’의 정의는 성인 흡연율 5% 이하다. 이때 전자담배가 유효하다고 본다. 실제 영국 성인 흡연율은 14.9%다. 흡연율 10%대 국가가 5% 이하의 국가로 가기 위해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의 대체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최근 영국과 비슷한 정책으로 가겠다고 밝힌 뉴질랜드의 경우 2025년까지 흡연율 5%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 담배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덜 위해하다는 것인가.
“독성물질의 양 측면에서는 그렇다. 담뱃잎을 직접 태우는 일반 담배보다는 담뱃잎에서 니코틴을 추출한 액상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포함하고 있는 독성물질의 양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독성물질에 대한 인체 반응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장점을 부각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하는 국가, 혹은 완전히 금지하는 국가들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
“시기상조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성인 남성 흡연율이 38.1%, 성인 여성 흡연율이 6% 수준이다. 성인 평균으로는 22.3%다. 아직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 전자담배는 기존 흡연자의 건강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청소년이 쉽게 니코틴 중독으로 유도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문제가 있어 싱가포르와 호주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완전히 금지됐다. 특히 한국은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중복 사용 비중이 75%에 달하기 때문에 건강에 덜 해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의 현황은.
“한국은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제품 규제가 사실상 없다. 액상 니코틴 함량에 따라 세금은 매기지만, 맛을 내는 향 첨가제 등에 대한 규제는 없다. 니코틴 농도를 1% 이하로 제한했지만, 관리는 안 되고 있다. 기기도 마찬가지로 공산품으로 별다른 제한 없이 수입해 배터리 폭발사고 등의 우려가 있다. 영국처럼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사용하자고 주장하기 이전에 전자담배에 대한 철저한 제품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 식약처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의 위해성이 일반 담배와 비슷하다고 발표했으나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5월 미국 FDA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미국 시장 내 판매를 허가했는데.
“미국 FDA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연초 고형물을 전자기기로 가열해 나온 증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의 전자담배) 중 아이코스에 대한 시장 판매를 허가한 것은 위해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 시장 판매 허가는 아이코스 제품이 새로운 흡연자를 유발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다. 식약처와 아이코스 판매사(필립모리스) 간 논란은 예측했던 것이고, 새롭게 시장에 등장하는 제품인 만큼 실험 방법이나 결과 등에 대해서 논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의 역할이 중요하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앞장서서 연구해야 한다.”

금연공간에 비해 흡연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높은 흡연율에 비해 실외까지 금연구역이 너무 빠르게 확대된 측면은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같은 공간을 두고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 남성 흡연율 기준 흡연자가 38.1%, 비흡연자가 61.9%이기 때문에 싸움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금연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흡연율이 20% 이하로 낮아지면 이러한 다툼은 결국 금연구역 확대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금연 정책은 섬세함이 이슈다. 금연 상담 시 여성에게 특화된 금연상담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국제 사회에서도 젠더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광고 규제 측면에서 과거에는 TV 혹은 영화 속 흡연 장면 및 간접광고가 포인트였다. 최근 국내 웹툰에 문제가 많다. 규제 사각지대로 청소년이 주로 보는 웹툰 위로 담배 제품 광고가 많이 나온다. 모니터링을 강화할 생각이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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