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전자담배는 일종의 혁신 제품입니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중독자들에게 건강에 덜 해로운 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정부가 흡연자들을 적극적으로 전자담배로 유도해야 합니다.”

박영범 한국위해감축연구회 이사(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7월 1일 연구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위해 감축(harm reduction)’은 위해를 단번에 근절하는 것이 어려운 중독자에게는 점진적인 위해 감축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후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활동이다. 미국에서 노숙자에게 제한된 범위에서 술을 제공하는 쉼터를 운영해 공공의료 비용을 줄이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독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자는 것이다. 한국위해감축연구회는 이런 개념을 국내에 알려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 정책에도 반영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했다. 회장은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 명예교수다. 박 이사는 “흡연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대안은 크게 근절과 감축으로 나눌 수 있다. 근절은 즉각적인 금연이다. 감축은 스누스(담뱃잎 혹은 인공성분으로 만든 니코틴을 입에 넣고 씹는 방식의 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상을 전자기기로 가열해 그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 궐련형 전자담배(연초 고형물을 전자기기로 가열해 나온 증기를 빨아들이는 방식) 등 새로운 제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방적인 금연을 강요하기보다는 건강에 덜 해로운 대체재를 제시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외국에서는 이미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왜 담배 대체재가 필요한가.
“한국 정부는 금연을 위해 2015년 담뱃값을 평균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인상했다. 역사상 가장 큰 인상 폭이었다. 그러나 성인 남녀 평균 흡연율은 2014년 24.2%에서 2015년 22.6%로 낮아졌다가 2016년 23.9%로 다시 상승했다. 정부로서는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세금을 통한 금연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니코틴 중독자들에게 ‘끊거나’ 혹은 ‘죽거나’ 식의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위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정부가 지금처럼 흡연자를 마치 범죄자나 애들 다루듯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담배는 합법적인 기호식품이며 흡연권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담배 회사들의 이해관계도 있고, 정부도 세수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담배 회사만 나쁘고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위해 감축 접근방식은 의미가 있다.”

해외에는 어떤 사례가 있나.
“일부 선진국은 전자담배 등 담배 대체재를 통해 흡연자들의 위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은 연기가 나지 않고 입에 넣고 씹는 스누스를 도입한 후 흡연율이 10% 이하로 급감했다. 이후 담배로 인한 스웨덴의 암 발생률은 유럽연합국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는 연기 없는 니코틴 섭취의 위해성 감축 효과에 대한 중요한 증거자료로 쓰이고 있다. 영국은 흡연자들에게 액상형 전자담배로 갈아탈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흡연율에 전자담배를 포함하지 않으며 사용률(use rate)이라는 자료를 별도로 수집한다.”

한국 식약처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의 위해성이 일반담배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그렇다. 그러나 실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 아이코스 판매처 필립모리스가 정보공개청구 후 행정소송까지 냈으며 최종 결론이 나오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위해성 발표는 당시 세계적으로 유일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중장기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갑자기 발표한 것이다. 한국에서 2017년 출시된 아이코스는 별다른 허가 절차 없이 판매가 시작됐다. 수입 전자담배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국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및 니코틴, 타르 함유량 표시를 위해 성분분석이 필요해진 기획재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표 내용이 의학계 주류 의견과는 달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가 발표 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이는 업체와 소송전으로 이어진 원인이 됐다. 이후 올해 5월 FDA는 아이코스가 일반담배 대비 독성 물질을 적게 생성하는 만큼, 공중보건 보호에 적합해 판매를 인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의 입장이 난처해진 셈이지만, 식약처는 FDA 발표 후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식약처가 왜 이런 결과를 낸 것으로 보는가.
“식약처는 FDA 발표에 대해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보장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대중화되면 정부 금연 정책에 차질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금연 정책은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위해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근절해야 하고, 이를 용인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세수확보를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제 식약처 발표 후 국회를 중심으로 일반담배의 90%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을 100%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를 허가한 배경도 궁금하다.
“미국에서 2015년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청소년 사용량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됐다. 쥴은 샤프심통처럼 생긴 긴 직사각형 모양의 기기로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작고 가볍다. 얼핏 보면 USB처럼 생겼기 때문에 청소년이 부모의 눈을 피해 니코틴 중독에 빠지기쉽다. 쥴 출시 당시 FDA는 전자담배를 관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제조와 판매가 자유로웠다. 온라인상에서 주로 거래돼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그러나 FDA는 쥴 출시 1년 후인 2016년에 관리 대상 담배 제품 범위에 전자담배를 처음으로 포함했다. 미국 내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FDA의 방침은 담배 제품의 니코틴 함량을 중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고,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중독자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대체 제품의 개발과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FDA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허가는 일반담배에 비해 위해성은 적지만, 일반담배와 비슷한 모양인 관계로 쥴에 비해 청소년의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위해성 연구가 담배 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문제를 삼는다.
“의사들은 담배 위해성에 대한 연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무조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 강한 듯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보건 정책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알코올 등의 위해 감축과는 달리 담배 관련 위해 감축은 혁신적 신제품을 통해 대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 회사의 지원으로 초기 임상시험이 많이 이뤄졌다. 그리고 단순히 담배 회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를 일축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자의 지원을 받고 진행한 연구도 결과가 사후적으로 검증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 A를 B로 바꿀 수는 없다.”

김문관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