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의 한 매장에서 ‘쥴(JUUL)’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6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의 한 매장에서 ‘쥴(JUUL)’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6월 25일(현지시각)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이 들썩거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미국 도시 중 처음으로 전자담배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시의회는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모든 전자담배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 초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전자담배 판매 업체는 FDA에 제품 승인을 받아야만 샌프란시스코시에서 판매·유통이 가능해진다. 샌프란시스코시에 있는 전자담배 회사 ‘쥴 연구소(JUUL Labs)’는 미국 내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회사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은 2015년 출시 후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청소년 흡연율을 높인 주범으로 지목됐다.

연방 국가인 미국의 금연 정책은 주(또는 시)마다 다르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금연 정책은 없지만, 주정부별로 금연 정책이 입안·시행되고 있다. 일부 주정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내 담배 제품에 대한 관리 및 규제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통과된 ‘가족흡연예방 및 담배규제법(Family Smoking Prevention and Tobacco Control Act)’에 따라 FDA에 부여됐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완전히 다른 금연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뉴저지, 하와이 등 28개 주에서는 모든 식당과 술집을 포함한 실내에서의 흡연이 금지돼 있다. 이 중 제일 강력한 캘리포니아의 금연 정책은 실내는 물론 건물 주변 일정 구간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차량 안에서의 흡연까지 금지했다.

반면 일부 주에서는 담배 판매점, 카지노, 시가바, 술집 등에서 흡연을 허용한다. 특히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나 플로리다의 경우 관광 산업으로 먹고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실내 금연을 하지 않는다. 술집과 식당 업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호텔에서는 카펫이 깔려 있는 로비나 복도에서도 시가나 담배를 피우며 걸어다니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같은 경우 주 내의 일부 도시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흡연이 가능하지만, 바로 옆 도시는 흡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청소년 흡연율 급증으로 논란을 일으킨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키트. 사진 JUUL Labs
청소년 흡연율 급증으로 논란을 일으킨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키트. 사진 JUUL Labs

도시 전체가 금연구역인 라구나시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는 실내 흡연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실외 흡연까지 금지하는 주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주 라구나시는 도시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마음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는 흡연자의 집과 자동차 안뿐이다. 그 밖의 지역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100달러(약 11만46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 금연 단체 관계자는 “미국은 대체적으로 실내·외에서 모두 엄격하게 흡연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실내 흡연에는 관대하고 실외 흡연에 엄격한 일본이나 반대로 실외 흡연에 관대하고 실내 흡연에 엄격한 유럽과 달리 사실상 흡연자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가격 금연 정책 외에도 세금 부과를 통한 금연 정책도 주마다 다르다. 담배 가격이 저렴한 지역에서는 담배 한 갑에 4~5달러 정도지만, 일리노이와 뉴욕의 경우는 담배 한 갑에 12달러가 넘는다. 전자담배의 경우, 7개 주에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나머지는 면세다.

경고 그림 규정도 주마다 달라 일부 주에서는 경고 그림이 적용되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담배 맛에 대한 규제도 제각각이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해 4월부터는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과일·민트·캔디 향 등이 청소년과 여성 흡연을 부추긴다고 판단한 결과다.


plus point

‘쥴’이 불러온 논란

‘쥴(Juul)’은 손가락 정도 길이(9.6㎝)의 몸체에 ‘팟(pod)’이라고 불리는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액상형 전자담배다. 2015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출시 2년 만에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가 됐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전자담배 4개 중 3개가 쥴 제품이다. 한국에는 올해 5월 출시됐다.

문제는 쥴이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청소년이 피우기 쉽도록 제작됐다는 데 있다. 쥴은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원통형 흡입구가 없다. 얼핏 보면 길쭉한 USB메모리로 착각하기 쉽다. 가로 9.6㎝, 세로 1.5㎝, 두께 0.5㎝에 불과한 데다 냄새나 연기도 적다.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 화장실은 물론이고 교실에서까지 쥴을 피워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보건 당국은 쥴을 청소년 흡연율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학생 전자담배 흡연율도 3.3%에서 4.9%로 올랐다. 불과 1년 만에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생이 212만 명에서 362만 명으로 150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보건 당국은 어른들이 쥴을 보고도 전자담배인지 몰라 청소년 흡연을 방치한 것을 흡연율 급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쥴의 인기는 미국의 전자담배 규제 체계까지 바꿨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통과된 ‘가족흡연예방 및 담배규제법’은 FDA에 담배 제품을 관리 및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된 시점에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FDA의 관리 대상에 속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자담배 제조·판매가 자유로웠다. 그러나 쥴이 인기를 모으자 미국 내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FDA에 건의했으며, 결국 2016년부터 전자담배가 FDA에서 관리하는 담배 제품 범위에 포함됐다.

이어 FDA는 쥴에 대해 제품 설계, 마케팅 등 제품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요구했다. 글로벌 온라인 커머셜 사이트 이베이(Ebay)에 쥴과 관련된 상품 리스트를 삭제할 것을 요청하고 쥴 사용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도 폐쇄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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