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탈란 메스코 메디컬 퓨처리스트 연구소 창립자가 11월 11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 사진 메디컬 퓨처리스트 연구소
버탈란 메스코 메디컬 퓨처리스트 연구소 창립자가 11월 11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 사진 메디컬 퓨처리스트 연구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디지털 헬스 산업에 큰 변화를 줬다.” 헝가리 출신의 의사인 동시에 디지털 헬스 산업 전문가로 유명한 버탈란 메스코(Bertalan Mesko) 메디컬 퓨처리스트 연구소 창립자는 11월 11일 조선비즈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 ‘2021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로 디지털 헬스 혁신이 단기간에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메스코 창립자는 자신을 ‘과학소설(SF·사이언스 픽션) 마니아’라고 부른다. 그는 첨단기술의 발전이 의료 분야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의사와 환자, 정부기관, 제약 회사 등이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미국 명문대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 의료기술에 관해 강의했고, 미국 최고 의료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의 소셜미디어(SNS) 기반 의료정보 활용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가 2014년 펴낸 ‘의학의 미래에 대한 안내서’는 인공지능(AI) 로봇기술, 3차원(3D)프린터 등 첨단기술의 접목이 의학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지침서로 널리 읽히고 있다.

메스코 창립자는 “디지털 헬스 산업은 전통적인 의료계에 문화적 혁신으로 여겨졌고, 동시에 의사와 환자의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가능케 하는 미래를 꿈꾸게 했지만, 현실이 되지는 못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헬스) 혁신은 단 몇 주, 몇 달 만에 현실이 됐다”고 했다.

메스코 창립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3~5월 원격진료 수는 매월 1200%씩 증가했다. 사람들이 직접 진료를 받지 못하는 봉쇄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화상 채팅, 이메일 등으로 원격진료를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메스코 창립자는 “전 세계에 (코로나19로) 헬스 산업 혁신이 나타나면서 헬스 산업에 본격적으로 사물인터넷(IoT)이 들어왔다”라며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치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5G)에 의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메스코 창립자는 그러면서 “현재 방문 진료와 원격진료의 비율이 95 대 5라면 앞으로는 70 대 30이 될 것이다”라며 “챗봇과 같은 (의료 관련) 트렌드가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공공 보건기관과 의료 기업들은 실제로 챗봇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특히 무상의료가 보편화한 영국 같은 나라에서 환자들은 전문 상담을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했으나, 의료 챗봇은 그 시간을 단 몇 분으로 줄여버렸다. 메스코 창립자는 “환자들은 챗봇과 대화하면서 (챗봇이) AI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위안을 얻는다”라며 “의사는 챗봇이 작성한 환자 보고서를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고 했다.

다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등장도 헬스 산업에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속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기 위한 정신건강 앱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메스코 창립자는 “정신건강 앱은 지난해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라며 “이뿐 아니라 사람들은 앱을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를 측정하고, 어떤 식단을 꾸리며 무슨 약을 먹어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가 테스트 기기도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디지털 헬스 혁신 중 하나다. 혈액을 채취해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를 파악하는 임상시험실에 갈 수 없게 된 환자에게 기업은 검사 키트를 개발해 배송해 줬고, 이는 혈액이나 타액 몇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메스코 창립자는 디지털 헬스 산업에 빠른 변화가 찾아왔지만, 아직도 문화적 성숙은 멀었다고 말한다. 그는 “삶의 양식 자체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새로운 디지털 헬스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는 신기술의 등장보다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메스코 창립자는 “어떤 의료진도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환자 역시 그런 경험이 없다”라며 “원격진료 플랫폼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소통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미래 지향적인 이런 기술이 의사와 환자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한 환자가 화상으로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한 환자가 화상으로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메스코 창립자는 디지털 헬스 산업의 핵심은 ‘관심과 공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의료 행위의 핵심 가치이자,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은 환자가 돼야 한다”라며 “집이든, 여행 중이든 환자가 있는 곳이 진료 장소가 돼야 한다”라며 “가정용 기기, 클라우드 알고리즘, 의료 기기 등이 4세대 또는 5세대 통신망에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또 디지털 헬스 산업의 발달은 저개발 국가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게 메스코 창립자의 견해다. 그는 “AI센터에서는 수백만 개 분량의 방사선 영상 검사를 단시간에 처리하고, 물류에도 AI가 적용된다”라며 “아주 다양한 범주에서 일상적인 헬스케어가 자리 잡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이런 변화를 더 빠르게 가져왔다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한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일부 제약사 등이 보인 ‘이기주의’는 디지털 헬스 산업의 혁신에 반대되는 현상일 수 있다는 게 메스코 창립자의 진단이다. 반대로 많은 제약사와 헬스케어 기업은 데이터와 인력을 공유하는 등 서로 협력 체제를 만들기도 했다. 메스코 창립자는 “새 바이러스가 출현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한층 더 가속화하는 방법은 데이터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고, 또 데이터 공유가 보편적인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메스코 창립자는 “우리가 겪고 있는 기술과 데이터는 마치 정글같이 복잡하고,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어떤 일이 올지 모르나 사람을 최우선에 두고 헬스케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이 감염병이 얼마나 더 갈지 모른다.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금방 극복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좌절과 약간의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라며 “그래도 희망은 있다. 팬데믹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하이테크 국가로 분류한 메스코 창립자는 “휴대용 스마트 기기 보급률이 높고, 초고속 인터넷이 촘촘히 깔린 한국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맞춤형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한국은 현행법상 의료인과 의료인 간 협진을 위해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진료를 예약하고, 진료비를 결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격진료가 의학의 안전성을 떨어뜨리고, 대기업과 대형병원, 보험사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라며 반대한다. 메스코 창립자는 “(한국에 남은) 과제는 원격진료 등 첨단 의료기술을 수용하기 위해 문화적 거부감을 극복하고,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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