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교육 시스템에 피로감을 느끼고 퇴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늘고 있다.
도제교육 시스템에 피로감을 느끼고 퇴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늘고 있다.

“일한 지 4~5년쯤 됐을 때 일류 호텔을 그만두고 가게를 차리는 지인이 주변에 많습니다. 호텔 주방은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잖아요.”

요리사 경력 6년인 정모(29)씨는 요식 업계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별종’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이들 중 일부인 90년생을 집중 분석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최근 17주 연속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과거 꿈의 직장이라 불리던 일류 호텔마저도 박차고 나오는 세대다.

영문을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 물결에 회사들은 대책 회의를 한다. 대책을 세우려면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청년 실업률이 이렇게 높은 시기에 어렵게 들어온 회사를 왜 이리도 빨리 그만둘까. 무엇이 불만일까. ‘이코노미조선’은 그 이유를 ‘도제교육 시스템’에서 찾았다.

도제교육은 중세 유럽 도시의 상인이나 수공업자의 동업조합인 길드(guild)에서 후계자 양성을 위해 채택한 제도다. 제자는 도제, 직인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치고, 마지막에 마침내 독립된 장인으로 인정받는다. 단순히 기술적 능력을 배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인의 가르침에 따라 전인적(全人的) 직업인을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이 제도의 목표다.

이 교육 시스템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일반 사기업도 관료주의 체계 아래에서 신입사원을 대리급 사수들이 전담해 가르친다. 특히 도제교육 시스템이 고착돼 있는 산업군이 있다. 요식 업계, 영화계, 의료계, 언론계, 항공 업계다. 전문 직종으로, 직무 처리 과정에서 고려할 변수가 많아 장인격 사수에게 경험을 전수받아야 하는 업종이다. 특히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이들 업계에서는 현장에서 장인의 지도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개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도제교육은 언젠가부터 족쇄가 됐다. 성장의 발판이 아니라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불필요한 수련 과정으로 통한다. 본래 전인적 직업인을 키워낸다는 도제교육의 목표 의식은 사라지고 형식과 절차만 강조하다 보니 문제가 터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이 유의해야 할 도제교육의 형식주의로 인한 문제점 네 가지를 짚어봤다.


1│군대식 위계질서

도제교육은 자칫하면 장인이 전권을 가지는 군대식 문화의 온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스승의 호감도에 따라 제자가 배울 수 있는 양과 질이 결정된다. 장인으로 승격하려면 스승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장인의 명령이나 지시에 거역하는 일이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도제가 자신의 의견을 내는 일에 소극적으로 되고, 주체적 사고 능력을 잃기 쉽다.


2│한정적 업무

도제교육은 철저한 직급 체계로 운영된다. 기초부터 터득해야 한 단계 나아간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도제 단계에서는 허드렛일을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잔업을 처리하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게 된다.


3│구시대적 내용 전수

장인의 업무수행 방식은 보수적이다. 과거 배운 내용을 도제에게 전수한다. 하지만 산업 환경은 매 순간 변화한다. 과거 교육 내용이 현재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던 대로 하다 보면 변화에 대응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


4│교육 매뉴얼 부재

현장 경험에 의존한 교육이다 보니 기초 교육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사바사’ 즉 ‘사람 by 사람’이라는 말이 딱 여기 적용된다. 사람마다 능력과 교육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운에 따라 배우는 내용이 달라진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기초도 가르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
설명만 잘해도 밀레니얼은 회사 안 떠나

이민아 기자

‘퇴사학교’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직장인을 위한 강의·워크숍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 스타트업이다. 퇴사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20~30대 사원·대리급 직장인, 즉 밀레니얼 세대다. 퇴사학교 선생님들은 이들에게 △스트레스 관리 △이직의 기술 △주식·부동산 투자 등 새로운 커리어를 찾거나 월급 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퇴사학교 선생님들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한 ‘퇴사 선배’들이다.

퇴사학교를 창업한 장수한(사진) 대표도 1985년생, 밀레니얼 세대다. 201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대리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2015년에 회사를 나왔다. 대기업 대리로는 자신의 색깔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회사를 나온 후 1년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때 그는 ‘퇴사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 대표를 4월 1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지금 하는 일이 본인에게 잘 맞는 일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일을 계속했을 때 ‘배울 것이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등을 깊이 고민하고,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조직 문화와 상사에 대한 불만도 이유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불필요한 야근을 하거나, 권위적이어서 가벼운 질문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회사에 붙잡아둘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과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많은 기업의 임원들이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책임감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또는 정시 퇴근과 많은 급여만을 좇는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은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일이 힘들어도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쉽사리 퇴사하지 않는다.”

도제교육이 문제인가.
“도제교육이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 도제교육이 꼭 필요한 분야도 있다. 그보다는 이 일을 하면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이 업무는 어떤 맥락에서 발생한 것인지 설명해주는 문화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지시가 내려오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불만이 커진다. 일에 대한 설명만 충분히 해줘도 밀레니얼 세대의 업무 몰입·헌신도는 높아질 것이다.”

상사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특히 리더가 최신 조직 문화를 관심 있게 보고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개발 직군의 리더들은 10~20년간 경력을 쌓고도 최신 기술을 공부한다. 바뀐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어 도태되기 때문이다. 경영·관리 직군도 이제는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과거와 달리 산업과 기술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옛날식 조직문화를 고수하면 실력 있는 젊은 인재를 다른 조직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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