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호황’을 지속해온 미국 경제까지 올해 둔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2019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꼈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의 지갑이 꽉 닫히면서 기업들까지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호황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부지런히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산업인 자동차, 통신, 반도체, 조선의 올해 이슈를 정리했다.


1│자동차 친환경차 패권 다툼 본격화

글로벌 자동차 공룡들은 신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기차와 수소차의 대결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판매량으로는 전기차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충전 시간이 길고 주행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수소차는 충전 시간과 주행 거리 측면에서 전기차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다만 최근 독일과 일본에서 수소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출범한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판세를 장담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 기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 분야의 발달로 자율주행차 개발이 촉진됨에 따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자율주행차 관련 로드맵, 제도 등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키워드 역시 ‘자율주행’ 기술과 이에 필요한 ‘AI’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 산업 대변혁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포드는 조만간 동맹 결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공동 개발을 위함이다. 이미 도요타도 마쓰다, 소프트뱅크, 우버와 손을 잡았다.


2│통신 2019년은 5G 시대 원년

자율주행차 기술이 올해 들어 더욱 탄력받을 수 있는 이유는 올해가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원년이기 때문이다. 5G는 전송 속도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의 약 20배에 달한다. 초저지연성과 초연결성이 강점으로 꼽히며, 이를 토대로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5G 전쟁에 뛰어들었다. 정성일 딜로이트 안진그룹 TMT(기술·미디어·통신) 리더는 “2019년은 5G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5G는 향후 전 세계 연결성에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커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G 기술 개발도 시작됐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지난해 7월부터 6G 연구에 착수했다. 한국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주도로 지난해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각국이 이처럼 6G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기반 기술부터 선점해야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고 국제 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G 기술을 선점한 미국의 경우 기업 매출 1250억달러 증가, 관련 일자리 84% 증가 등의 이익을 얻었다.


3│반도체 호황 끝나가지만 장기적 수요는 유효

지난 2년간 이어진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올해 마무리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0.3% ‘역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역성장 전망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러나 미래 수요가 충분한 만큼 여전히 희망은 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AI, 5G 통신,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기술의 데이터 소비 증가로 반도체 수요의 장기 성장성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반도체 공룡들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이어 가는 이유다.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반도체 산업의 전망을 밝힌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의 두뇌와 눈 역할을 하는 차량용 AP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오토’라는 브랜드를 론칭, 올해 아우디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4│조선 친환경 규제 시행…LNG 선박 뜬다

조선 업계에서는 2019년이 조선업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9월부터 선박의 평형수(선박의 무게중심을 위해 선박 내 물탱크에 채워두는 물) 내 생물·병원균을 사멸·배출할 수 있는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황산화물 배출 기준도 2020년 1월부터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00여 년에 걸친 세계 조선업 흐름에서 선박 분야의 혁신적 변화는 범선에서 강철선으로의 변화, 증기터빈에서 디젤엔진으로의 변화였다”며 “이번에는 LNG를 중심으로 한 가스 연료가 석유 연료를 대체하는 세 번째 커다란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LNG선을 대량 수주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수주량 증가폭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황 개선의 중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NG 선박 시장의 경우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국 조선사들에 유리한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알파벳 ‘사자성어’로 미리 보는 2019 산업 전망

이슈로 떠오른 알파벳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그해 글로벌 산업계 지형도를 미리 엿볼 수 있다. CASE(Connected·Autonomous·Shared&Services·Electric)과 MaaS(Mobility as a Service), GAFA(Google·Apple·Facebook·Amazon)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공유와 서비스, 전기 구동화’를 뜻하는 CASE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공통된 미래 전략이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자동차 사장은 “100년에 한 번 맞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변화의 중심은 CASE”라고 말한 바 있다.

CASE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까지 바꾸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CASE로 대표되는 차세대 자동차 개발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용 전자부품 업체의 갑을 관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의 납품 가격 인하 요구에 순응해야 했지만, 전자부품 수요 폭발로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이 속출하면서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성’을 뜻하는 MaaS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자동차는 물론 택시, 자전거, 전동 스쿠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부터 미국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통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간 MaaS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가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가리키는 GAFA의 경우 올해 처음 등장한 단어는 아니지만, 올해 이들을 겨냥한 ‘디지털세’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들은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거래와 전자상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공장과 영업소 등 사업 거점의 소득을 중시하는 현재의 과세 원칙으로는 사업 규모에 맞는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1월 1일부터 GAFA에 디지털세를 과세하기 시작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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