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타워(Berliner Fernsehturm)’가 바라보이는 베를린 시내 중심가의 야경. / 트위터 캡처

인구 360만명으로 독일 최대 도시인 베를린은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기 환경 개선 모범 사례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 성과가 독보적이다. 1989~2009년에 무려 80%를 감축했다.

미국의 신재생 에너지 전문지 ‘클린테크니카’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지난해 주요 도시 대기질 순위를 보면, 베를린은 조사 대상 32개 대도시 중 런던과 바르셀로나에 이어 13위에 올랐다. 1위는 호주 시드니였고 보스턴과 멜버른, 토론토, 뉴욕 등 호주와 북미 주요 도시들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서울은 23위였고, 이집트 카이로와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가 각각 30~32위로 ‘보텀(bottom) 3’를 이뤘다.

순위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국가 중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2014년 한 해 EU 회원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53만4471명으로 집계됐다. 독일이 8만767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6만4351명)과 프랑스(6만3798명)가 뒤를 이었다. 대기오염 중에서도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EU에서 39만9000명이나 됐다.

독일의 대기질이 좋지 않은 것은 디젤 차량과 생산시설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와 포르셰의 완성차 공장이 있는 슈투트가르트가 독일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히는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더해 이웃 폴란드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도 한몫 거들고 있다. 독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3분의 2가 폴란드 등 나라 밖에서 유입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거 독일에서는 공기가 좋다는 의미로 ‘베를리너 루프트(Berliner Luft·베를린의 공기)’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베를린은 환경이 좋은 도시로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차량 증가로 인한 미세먼지 증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베를린시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대기질 관리에 돌입했다. 관련 정책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2008년부터 시행된 ‘움벨트존(Umweltzone∙친환경 구역)’ 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움벨트존 정책은 미세먼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심 지역에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의 진입을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베를린 외에 쾰른과 하노버에서도 동시에 시행됐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지역을 ‘움벨트존’으로 지정하고 미세먼지 배출량에 따라 ‘빨강 (0.08g/㎞ 이하)’ ‘노랑(0.05g/㎞ 이하)’ ‘초록 (0.025g/㎞ 이하)’ 인증표를 발급해 차량 전면에 부착하도록 했다. 시행 첫해에는 인증표를 받은 차량은 모두 움벨트존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이듬해에는 노랑과 초록, 2010년에는 초록색 인증표를 부착한 차량만 진입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위반할 경우에는 40유로(약 5만원)의 벌금과 함께 벌점도 부여했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 주요 발생 구간을 우회하도록 도로 노선을 변경했고, 도로 청소 관련 기술력도 높여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시행 첫해인 2008년 베를린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2007년 대비 24%, 질소산화물은 14% 감소했다. 2010년에는 평년 대비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각각 40%, 20%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독일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로 꼽히는 슈투트가르트의 풍경. / 트위터 캡처

다양한 환경개선 대책 내놔

하지만 독일 경제의 지속적인 호황으로 상대적으로 취업 환경이 좋고 임대료도 저렴한 베를린에 투자가 몰리면서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베를린시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1월 환경 개선을 위한 10대 대책을 발표하며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에 속도를 더했다.

여기에는 충전소 확대, 시 정부와 산하 공기업의 전기차 확충, 베를린교통공사의 전기버스 구매 등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젤 택시의 하이브리드카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카 택시를 신규 등록하면 대당 2500유로를 지원하는 정책까지 포함됐다.

또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단거리 구간 기준으로 월 81유로 하던 교통카드 가격을 55유로로 낮추고 자전거 전용 도로도 늘리기로 했다.

베를린 주택 가격은 2004~2016년 12년 동안 115% 급등했고 지난해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8.68% 올랐다. 미국 부동산 전문지 어반랜드에 따르면, 현재 베를린의 사무실 공실률은 3%대에 불과하다. 사무실 월 임대료도 1㎡당 20유로에서 최근 몇 년 사이 30유로로 올랐다.

스카이라인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베를린에서 사무용 빌딩 건축에 들어간 비용만 40억유로(약 5조1000억원)에 달했다. 일자리가 생기자 사람들이 베를린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5년간 베를린 인구는 연평균 4만~5만명씩 증가했다. 통일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다. 지난해 약 360만명이었던 베를린 인구는 2025년까지 4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Plus Point

대중교통 무료화까지 고민하는 독일


독일 에센 시내를 오가는 트램. / 트위터 캡처

독일 정부가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월 독일 정부가 카르메누 벨르 유럽연합(EU) 환경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바바라 헨드릭스 독일 환경부 장관과 크리스티안 슈미트 교통부 장관,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이 각각 서명한 이 서한에는 도심 운행 차량 감소를 위한 대중교통 무료화 시범 시행과 함께 전기차 인센티브 제공, 디젤 차량 개조 지원 등의 조치가 담겨 있다.

대중교통 무료화는 본과 에센, 헤렌베르크, 로이틀링겐, 만하임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늦어도 올해 연말 시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관련 보도가 나가자 독일 환경부는 브리핑을 통해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추진할지는 각 도시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1월 연방 정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10억유로를 지자체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